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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이새벽 기자 2017.12.15 10:36



▲ '게임 개발자의 선택' 시상식은 '최고 각본 상'을 2012년 '최고 내러티브 상'으로 대체했다 (사진출처: 게임 개발자의 선택 공식 홈페이지)


연말을 맞아 다양한 시상식이 열리고 있는 지금, 게임 스토리에 관심이 많은 게이머라면 GOTY 외에 게임 각본상 같은 건 없는지 한 번쯤 찾아봤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게임 각본상을 찾아본 사람이라면 조금 당황했을 것이다. '최고 스토리 상'이나 '최고 각본 상'이 여러 시상식에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요즘 스토리 좋은 게임은 따로 상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사실, 스토리 부문 상은 최근 '최고 내러티브 상'이라는 정체불명의 상으로 대체되고 있다. '게임 개발자의 선택' 시상식은 기존에 있던 '최고 집필 상(Best Writing)'을 2012년 '최고 내러티브 상(Best Narrative)'으로 바꾸었다. 이듬해 2013년에는 '골든 조이스틱' 시상식이 '최고 스토리텔링 상(Best Storytelling)'을 신설해 우수한 내러티브 게임을 선정하기 시작했고, 이어 2014년과 2016년에는 '더 게임 시상식'과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내러티브 시상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물론 시상식 후 개발자 인터뷰에도 내러티브니, 스토리텔링이니 하는 말이 자주 쓰이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많은 일반 게이머에게 내러티브라는 말은 여전히 생소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말도 아니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도 쉽지가 않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게이머가 여전히 스토리와 내러티브를 같은 것으로 간주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게임 스토리와 내러티브는 정말로 같은 뜻일까? 그래도 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지는 않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게임 스토리와 내러티브의 차이를 알아보고, 게임업계가 왜 내러티브에 주목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게임 내러티브, 그게 대체 뭔데?



▲ 뛰어난 내러티브로 게이머들의 극찬을 받은 인디 게임 '레플리카' (사진출처: 스팀)


많은 게이머가 게임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인과적 짜임새가 있는 이야기 구조를 흔히 '스토리'라고 부른다. 그리고 게임 속 이야기에서 얻은 감동이 클 때 "스토리가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스토리 좋은 게임'으로 기억되기 위해서는 이야기 그 자체 만큼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 즉 내러티브다.


우선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국내 인디 게임 개발사 소미에서 제작한 '레플리카'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빅데이터의 위험을 다룬 스토리로 극찬을 받았다. 그러나 사실 '레플리카'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주인공은 감금된 상태에서 정부 강요로 누구 것인지도 모르는 휴대전화를 해킹하고, 그가 테러범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사생활을 감시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플레이 시간은 약 3시간 이하로 굉장히 짧다. 내용만 놓고 보면 그렇게 뛰어난 스토리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처럼 간단한 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레플리카'가 게이머에게 뛰어난 스토리로 인식되는 이유는 사실 스토리 자체에 있지 않다. 정말 이 게임을 흥미롭게 만들어준 점은 바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레플리카'는 휴대폰을 조작하는 것 같은 인터페이스를 택해, 마치 게임 주인공이 아닌 플레이어 자신이 다른 누군가의 사생활을 캐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짧고 간단한 이야기에도 큰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레플리카'는 '뛰어난 스토리'로 기억되는 게임 중 일부가, 실은 스토리보다는 효과적 스토리 전달 기술로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스토리 의미와 감동은 더욱 증폭될 수도 있고, 반대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게임 내러티브는 이처럼 스토리는 물론,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까지를 일컫는 말이다.



▲ 데이빗 게이더가 각본을 쓴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사진출처: 바이오웨어 공식 홈페이지)

이러한 게임 내러티브의 정의는 서사학 뿐 아니라 실제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통용되고 있다. '발더스게이트 2: 앰의 그림자', '스타워즈: 구공화국의 기사들', '드래곤 에이지: 오리진' 각본을 집필한 작가 데이빗 게이더는 2016 인터넷 매체 미디엄 기고로 게임 내러티브에 대해 설명하며, "게임 스토리는 물론, 게임 속에서 스토리가 어떻게 체험될지를 기획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암네시아', '페넘브라', '소마'를 제작한 스웨덴 게임 개발자 토마스 그립도 비슷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는 제작사 공식 블로그 사설을 통해 "좋은 스토리 요소를 갖고도 플레이어에게 흥미로운 방식으로 전달하지 못했다면 실패한 내러티브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내러티브가 스토리뿐 아니라, 플레이어에게 스토리를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것까지를 포함한 확장된 의미임을 보여준다.


게임 내러티브는 어떻게 작용할까?



▲ 내러티브가 잘 발휘된 예,'위쳐 3: 와일드 헌트'의 '피의 남작' 퀘스트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앞서 이미 언급했듯, 게임 내러티브는 '게임 스토리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내러티브가 무엇인지 쉽게 와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이번에는 실제 예들을 통해 과연 내러티브가 어떻게 작용되는지 확인해보자.


'위쳐 3: 와일드 헌트'에 등장하는 '피의 남작' 퀘스트는 '골든 조이스틱 시상식'에서 '최고의 체험(Best Gaming Moment)'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큰 여운을 남긴 이야기다. 이 퀘스트에서 주인공은 '피의 남작'이라는 군벌의 가족을 둘러싼 애절한 사건에 휘말린다.


전통적 서사학에 따르면 '피의 남작' 퀘스트 내러티브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야기 내용 자체를 뜻하는 '스토리'와,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주제와 감수성에 몰입하게 해주는 '언술(Discourse)'이다. 이 중 스토리는 '피의 남작'이 가족과 불화를 빚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사건 자체다. 하지만 이야기 내용만 가지고는 플레이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확신할 수 없다. 혹자는 '피의 남작'이 인과응보를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예 사건 자체에 무관심할지도 모른다.



▲ 조명, 무대, 소품, 캐릭터 표정, 모든 것이 내러티브를 이루는 구성요소다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그렇기에 퀘스트 디자이너인 파블로 사스코는 개발진이 의도한 감성을 모든 플레이어가 느낄 수 있도록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 그는 CD 프로젝트 레드 공식 포럼 Q&A에서 '피의 남작' 퀘스트 내러티브를 살리기 위해 어떤 장치들을 동원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조명, 음악, 주변 음향, 캐릭터 동작, 소품 등, 장면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고 플레이어 상상을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동원합니다. 영화 감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요소를 목적에 따라 알맞게 활용해야 합니다. 술에 취한 '피의 남작'이 정원에 앉아있을 때 비가 내리고, 그의 옆에는 안나(떠나간 아내)의 서신이 놓여있고, 바람이 불고, 아내가 심어놓은 꽃들이 화면에 함께 잡히며, 적절한 음악이 흐릅니다."


파블로 사스코의 이야기는 가장 기본적인 게임 내러티브 활용을 보여준다. 특정 분위기와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해 다양한 연출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사스코 본인도 언급했듯 이러한 방식의 내러티브는 영화 내러티브와 일치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피의 남작' 퀘스트를 진행하며 그에게 한심함과 더불어 동정심과 연민을 느끼며, 그를 미워할 수만은 없게 된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체험은 플레이어의 게임에 대한 몰입과 참여를 한층 강화시킨다.



▲ 인벤토리 인터페이스로도 내러티브를 살린 '데드 스페이스'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게임 내러티브가 언제나 컷 신의 영화적 연출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데드 스페이스'는 독특한 방법으로 공포 내러티브를 전달한 게임이다. '데드 스페이스'는 아이템 창을 비롯한 게임 메뉴를 캐릭터가 홀로그램 상태 창을 열어 우주복을 점검하는 것으로 연출했다. 플레이어가 아이템 창을 보는 동안에도 게임은 계속 진행되며, 메뉴를 둘러보다 예상치 못한 괴물의 기습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고 늘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데드 스페이스'는 게임만 가능한 종류의 내러티브를 보여준다. 즉, 플레이어가 직접적으로 위기를 느끼게 만든다. 이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내러티브다. 소설 독자, 혹은 영화 관객은 어디까지나 관찰자다. 주인공에 이입하기도 하고,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한 발 떨어진 채 지켜보는 제3자일 뿐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곧 주인공이다. 따라서 게임 내러티브는 당사자만 느낄 수 있는 종류의 체험을 제공해줄 수 있다.



▲ 독특한 내러티브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낸 '9.12.'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게임 내러티브의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어느 매체보다 효과적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9.12.'는 단순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내러티브로 사회적 메시지를 제시한 작품이다. 단순한 플래쉬 게임인 '9.12.'는 테러리스트들이 숨어있는 중동의 한 마을을 무대로 한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모든 테러리스트를 찾아 미사일로 처치해야 한다. 그러나 넓은 범위에 피해를 입히는 미사일의 특성상, 테러리스트를 잡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있던 민간인도 함께 죽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그 다음 부분이다. 민간인이 사망하면 주위에 있던 다른 민간인이 모여 슬퍼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테러리스트로 변한다. 즉, 게임 구조상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더 많은 테러리스트가 생기는 것이다. '9.12.'는 이러한 체험을 통해 플레이어가 9.11. 테러 후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더 많은 증오와 보복을 낳을 뿐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하도록 유도한다. '9. 12.'은 단순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강한 여운을 남기는 좋은 내러티브의 예다.



▲ '어쌔신 크리드' 내러티브에 대해 이야기 중인 제이드 레이몬드 (우) (사진출처: venturebeat)


앞서 언급한 예는 내러티브가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반대로 좋은 스토리가 허술한 내러티브 때문에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기도 한다.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가 그러한 부류의 대표다.


'어쌔신 크리드'와 '어쌔신 크리드 2' 개발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제이드 레이몬드는 2015년에 열린 몬트리올 국제 게임 서밋에서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가 내러티브 유무였다고 이야기했다. 레이몬드는 '어쌔신 크리드' 개발 당시 상부로부터 가급적 시네마틱 영상을 쓰지 말고, 스크립트 이벤트도 최소화하고, 카메라는 언제나 주인공을 중심에 잡아야 한다는 등 제약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 탓에 스토리 연출 방식도 다소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후속작 '어쌔신 크리드 2'는 연출에 있어 훨씬 제약이 덜한 상황에서 제작됐다. 게임 시스템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고, 기본적인 스토리 흐름 또한 비슷했다. 그러나 더 많은 시네마틱 영상, 카메라 전환, 자막 활용, 수록 음악 증가 등으로 '어쌔신 크리드 2'는 훨씬 세밀하고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를 갖출 수 있었다. 덕분에 '어쌔신 크리드 2'는 뛰어난 스토리를 확실히 인정받았으며, 이후로도 '어쌔신 크리드' 프랜차이즈 중 스토리 면에서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꼽히게 됐다.


레이몬드는 '어쌔신 크리드'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어쌔신 크리드보다 내러티브가 풍부했던 어쌔신 크리드 2는 모두가 좋아했어요. 보다 나았고, 다듬어진 체험을 줄 수 있었습니다."


게임업계는 왜 내러티브에 주목하는가


서두에서는 여러 시상식에서 내러티브 상을 신설 중이라는 사실만 거론했지만, 사실 내러티브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비단 시상식뿐 아니다. 개발사도 내러티브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웨어를 필두로 액티비전, 블리자드, 번지소프트,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등 이름만 대면 다들 알 만한 유명 개발사들은 스토리 작가와 별개로 내러티브 디자이너라는 직책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게임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렇다면 게임업계는 왜 내러티브를 중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걸까?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꼽을 것은 기술의 발달이다. 기술의 진보에 따라 게임은 예전보다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기획, 즉 내러티브 기획의 난이도도 함께 상승시켰다. 무한한 자극 속에서 어떤 유의미한 체험을 선별해 제공할 것인지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 1981년 작 '마법사의 성'은 아주 단순한 텍스트 위주 내러티브만을 제공했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초기 게임들은 오늘날에 비하면 비교적 단순한 내러티브만 요구됐다. 그 이유는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게임은 내러티브를 텍스트에 의존해야 했다. 물론 당시 게임도 나름대로 플레이어의 흥미를 끌고 계속 플레이 하게 만들 내러티브는 필요했지만, 당시 그래픽과 사운드로 사실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 극히 힘들었다. 그렇기에 당시는 어쩔 수 없이 소설처럼 글로 서술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당시 게임 내러티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는 1981년 발매된 RPG '마법사의 성'을 들 수 있다. '마법사의 성'은 캐릭터 상태, 주변 지물 묘사, 분위기 등을 그래픽 없이 모두 글로 서술했다. 곰과 싸우는 전투는 곰을 화면에 보여주는 대신 '당신은 곰을 발견했다. 곰이 당신을 공격했다" 등 텍스트만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이러한 방식의 내러티브는 '던전', '조크' '초거대 동굴 탐험' 등의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됐다.


이처럼 내러티브 제약이 크다 보니 게임업계 내부에 스토리에 대한 회의가 팽배한 시절도 있었다. '둠' 시리즈로 일약 1990년대 초반 최고 스타 개발자가 된 존 카맥은 아예 "게임 스토리는 포르노 스토리와 같다. 있기를 기대하지만,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로 게임 스토리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의 주장은 게임에 스토리나 내러티브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 그래픽과 음향의 발달은 더욱 세밀한 내러티브를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사진출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공식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러나 기술 진보와 함께 게임은 더욱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도 보다 다채롭게 확장됐다. 가장 큰 변화는 그래픽과 음향의 발전이었다. 과거 게임이 '당신 앞으로 어둡고 축축한 동굴 입구가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는 시적인 서술로 상황을 제시했다면, 이제는 생생한 3D 그래픽과 주변 음향으로 '진짜' 동굴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캐릭터의 표정, 동작, 조명 등 무수한 요소로 플레이어에게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 내러티브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초기에 생긴 변화는 영화적 내러티브의 도입이었다. 게임이 영화에 버금가는 시청각적 체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영화 제작 기법이 게임에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1년부터 EA 간부들은 인터뷰에서 자주 게임이 영화처럼 변해간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EA 부회장이었던 릭 지올로토는 게임을 만드는 데 치밀한 줄거리 전개, 인물 묘사, 매혹적인 무대가 필요하다며, 게임과 영화는 공통된 관심 토대에 서 있음을 지적했다.


게임은 금방 영화 내러티브를 배우고 활용했다. '퀀텀 브레이크', '메탈 기어 솔리드 5: 팬텀 페인', '언틸 던' 등은 플레이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뛰어다니는 듯한 연출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들은 뛰어난 스토리와 연출에도 불구하고 '보기 좋지만 플레이 하는 재미는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너무 충실히 살린 탓에, 내가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고 선택을 내리는 게임 특유의 재미를 크게 상실한 것이다.



▲ '퀀텀 브레이크'는 컷신 영상 만큼 뛰어난 게임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했다 (사진출처: 게임 내 영상 갈무리)


그 문제가 바로 게임업계가 내러티브를 주목하는 두 번째 이유, 상호작용성이다.


소설과 영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매체는 향유자가 접하는 순간 이미 완성되어있다. 이후 피드백을 통해 제작자와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는 하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간접적이고 약한 상호작용이다. 작 중 주인공의 선택에 관객이 직접 영향을 줄 방법은 없다. 그렇기에 소설과 영화의 내러티브는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관객이 흥미진진하게 받아들일 만한 내적 구조를 갖추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관객을 수동적 수용자로 두는 소설과 영화와는 달리 게임은 기본적으로 플레이어 참여를 전제로 제작된다. 플레이어가 선택을 내리거나 조작하지 않으면 주인공은 움직이지 않고, 따라서 스토리도 진행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게임 내러티브는 플레이어를 능동적 참여자로 만들어 계속 플레이 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게임 속 상황에 대한 플레이어의 해석, 판단, 선택,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결국 게임이 소설과 영화의 내러티브를 차용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매체에 맞는 새로운 내러티브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최근에 내러티브로 각광받는 게임들은 바로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 독특한 내러티브로 오래도록 회자된 '저니' (사진출처: 댓게임컴퍼니 공식 홈페이지)


근래에 뛰어난 내러티브를 보여준 게임 중 하나는 댓게임컴퍼니의 '저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막에서 고독하게 방랑하는 데 보낸다. 그러다 이따금 다른 플레이어와 만나게 되는데, 이 때 일방적으로 두 플레이어는 고독 끝에 드디어 만난 동료 여행자를 보고 뛸 듯이 반가워하게 된다. 하지만 두 플레이어는 서로 채팅이나 음성대화 등으로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다. 두 플레이어 사이에는 오직 감성적인 교류만 가능하다.


그러나 개발사가 정해놓은 것은 여기까지, 기본 틀이 전부다. '저니'에서의 체험은 플레이어들이 직접 만들어야 한다. 사막 속에서 동료를 만나 기뻐하고, 함께 의지하고 도우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성취감을 느끼며,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서 동료를 잃고 상실감에 빠지는 등의 모든 체험이 플레이어 주도로 이루어진다. '저니' 내러티브는 플레이어에게 모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대신, 스스로 모험을 찾아 나서게 유도한다.


이렇듯 게임 내러티브는 1981년과 달리 단순히 스토리 서술방식이 아니다. 이제 게임 내러티브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플레이 체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계속 플레이 해나갈 동기가 되어주는 힘이다. 그렇기에 여러 개발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효과적이면서도 참신한 게임 내러티브를 고안하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네메시스 시스템으로 특별한 내러티브를 선보인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워'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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