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플랫폼이 흥하는 이유는?

by 파시스트 posted May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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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당근마켓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장안에 화제다. 어차피 집에서 안 입거나 안 쓰는 물건을 버리긴 아깝고 해서 내다 팔아 짭짤한 용돈벌이를 한다는 것이다. 당근마켓처럼 집안에 남아도는 물건을 처분하거나 필요한 물품을 중고로 저렴하게 사고 싶을 때 이용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왜 흥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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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지하철역 출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물어본다. “혹시 당근이세요?” 영문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사람에게 당근이냐고 묻는 게 정신나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상대방이 “아니요”라며 생뚱맞게 쳐다볼 때도 있지만 열에 아홉은 ‘당근러’가 확실하다. 당근이 맞다면 물건 상태를 확인한 후 금액을 지불하고 서로 만족의 미소를 지으며 돌아선다. 

 

#2 .어느 중고 사이트에서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다. 난 서울이고 상대방은 부산이다. 하는 수없이 택배 거래를 하기로 했다. 상대방이 보내준 택배 송장 번호를 확인하고 입금을 했다. 그 다음날 묵직한 상자의 택배가 도착했다. 열어보니 신문지로 둘둘 쌓인 벽돌이 한 장 들어있었다. ​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중고거래의 모습들이다. 중고거래 시장은 사실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유럽에서는 각 지역마다 생긴 벼룩시장(flea market)에서 주민들이 보유하고 있던 오래된 물건들을 팔아왔다. 우리나라 중고거래의 역사는 유럽만큼 길지는 않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70~80년대 산업화 시절에는 내다 팔 물건이 없었지만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후 중산층이란 걸 인증이라도 하듯 당장 불필요한 물건들까지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 제품들이 다시 선순환되는 중고품 거래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중고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그 이유는?

2008년 4조원 규모였던 중고거래 시장은 지난해 약 20조원대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닐슨코리안클릭은 2018년 200만명 수준이었던 모바일 중고거래 이용자가 지난해 6월 1090만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조금 더 최신의 자료를 보자.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주요 중고거래 앱을 1번 이상 이용한 월간 순 사용자가 1432만명으로 한국인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 4568만 명의 31%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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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닐슨미디어코리아의 모바일 안드로이드 앱 이용행태 월간 순이용자수 기준 상위 3개 중고거래 서비스를 살펴보면 모바일 중고거래 1위, 2위 플랫폼인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월간 순이용자수가 꾸준히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근마켓은 2021년 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이용자수가 172.6% 성장하며 명실상부한 1위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당근마켓의 1월 한 달 간 사용자는 1325만명으로 집계됐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1월 사용자 514만명에서 올해 2배 이상 급증했다. 당근마켓에 이어 중고거래 앱 사용자는 번개장터 284만명, 중고나라 74만명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주요 중고거래 앱 사용자 중 10대가 7.5%, 20대가 20.0%, 30대가 23.4%, 40대가 27.7%, 50대 이상이 21.4%였다.

 

중고거래 앱 빅3로 꼽히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는 정체성에 있어 각자 독특한 영역을 보여준다. 당근마켓은 3040대 여성이, 중고나라는 3040대 남성이, 번개장터는 1020대의 비중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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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의미를 가진 당근마켓은 이용자 거주지 반경 6㎞ 이내로 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동네 주민들이 올린 매물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지역 주민과의 중고거래 중개를 중심으로 각종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지역생활 커뮤니티를 표방해 왔다. 그래서 맘카페가 최대 경쟁자라고 할 정도로 동네 이웃들과의 커뮤니티 기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한 3040대 여성들이 거래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가장 오래된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는 가장 많은 수의 물건과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 시장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온라인 중고거래 선두주자인 중고나라는 지난 2019년 모바일 앱을 내놨다. 번개장터나 당근마켓 등 두 서비스와 달리 네이버카페에서 시작해 PC 웹사이트 이용자 기반이 탄탄히 구축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중고나라 클린센터를 구축한 후 사기 피해 접수가 약 58% 감소했다. 중고나라는 카페와 앱을 모두 포함했을 때 가입자가 2300만명이고, 하루에 올라오는 게시글만 39만건으로 1초에 4.5건이 올라온다.

 

번개장터는 취향기반 플랫폼을 앞세워 MZ세대 사이에서 스타굿즈나 한정판 물건들을 전국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거래건수 상위 3개 품목에 스니커즈와 스타굿즈가 있을 만큼 번개장터에선 취향을 담은 물건들이 주로 거래되고 있다. 

 

"안쓰는 물건으로 재테크 해요!"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의 상당수는 재테크 목적으로 중고거래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 헬로마켓이 중고거래 이용자 2,03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69.7%가 재태크나 추가 수입 목적으로 중고거래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절반인 50.7%는 처분 가능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주기적으로 중고거래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재테크를 목적으로 중고거래를 한 이용자들의 57.4%가 만족하고 있으며 중고거래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1만 원 이하가 30.2%, 1~3만 원이 27.8%, 10만 원 이상은 18.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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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들이 갖는 궁금점 중의 하나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와 같은 플랫폼들은 수익모델이 뭘까 하는 것이다. 개인간 거래로 이뤄지는 중고거래 특성상 중개수수료를 챙길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자료에 따르면 중고나라의 지난해 거래액은 5조 원, 번개장터는 1조3천억 원, 당근마켓은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거래액은 말 그대로 개인간 거래한 금액의 규모일 뿐 이를 통한 플랫폼이 거둔 수익은 제로에 가깝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물론 번개장터 같은 경우는 결제 수수료와 거래 게시물을 상단으로 올릴 수 있는 광고 서비스를 통해 약간의 수익을 내고는 있지만 금액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이 몰려 벤처캐피탈 등의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당근마켓은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등으로부터 400억원을 투자받았고, 중고나라는 NHN페이코, JB우리캐피탈, 키움증권에서 100억원을 유치했다. 번개장터도 지난해 560억원의 신규 투자를 받았다.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인기를 끌자 대기업들도 속속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의 비대면 중고거래 서비스 파라바라를 중고나라와 연계해 지역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고 GS리테일은 당근마켓과 손잡고 할인이나 구인/구직, 공동구매 등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 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의류 거래의 비중이 30%가 넘어 중고 패션 거래만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미엄 세컨핸드 거래 플랫폼도 선보일 예정이다. TYN(틴)이라는 플랫폼은 SNS 기반의 패션 플랫폼으로 캐비닛이라 불리는 개인 계정을 통해 아이템을 손쉽게 판매하고 결제는 구매 확정 후 판매자에게 정산되는 안전거래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기 피해 등 신뢰도 극복이 과제

앞서 사례로 벽돌을 배달받았다는 내용은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종 중고거래 사기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중고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기 피해가 발생하는데 오죽하면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오명이 따라붙는 게 현실이다. 당근마켓 역시 남편이나 아이, 장애인을 판다는 게시물들이 올라오거나 거래가 금지된 품목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AI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하거나 판매자 및 구매자에 대한 평판 점수 도입, 게시글을 필터링하는 전담 감시인력을 늘리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신뢰도를 극복하는 게 가장 큰 과제로 지적된다. 

 


출처 - https://www.ahnlab.com/kr/site/securityinfo/secunews/secuNewsView.do?seq=3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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