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표출 심해지며 민족간 전쟁터로 변질
국가나 민족 간에 총성 없는 전쟁이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가, 인종, 종교 간 증오를 인터넷에서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양상이 심해지면서 인터넷이 세계평화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전쟁터가 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지난 5월 라트비아가 구(舊)소련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소비에트 스토리'가 최근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러시아 네티즌들은 인터넷 블로그에서 이 영화를 맹비난했고, 러시아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조명해 줄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한 온라인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라트비아 정부를 위협하거나 공식 대응에 나섰을 러시아 정부와 정치인들은 오히려 조용했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자들의 숫자가 많지 않지만 이들의 파괴력은 만만치 않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디지털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포할 수 있게 되면서 '증오'를 퍼뜨리기도 더 쉬워졌다. 또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소셜네트워킹 사이트(SNS)나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공유 사이트까지 동원되면서 인터넷 전사들의 힘은 더욱 세졌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동해 표기와 독도 표기를 둘러싼 온라인 분쟁은 '얌전한' 축에 속한다고 보도했다.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 사이에 벌어졌던 '해킹 전쟁'과 같은 사이버 테러는 '인터넷 전쟁'의 전형이다. 미국에서는 수염 기른 무슬림들을 땅에 묻어버리는 '자살 폭탄'과 국경을 넘어오는 멕시코 불법 이민자들을 사살하는 '국경 수비대'라는 게임이 인기를 끌었다. "백인을 위한 이익, 문화, 정치"를 표방한 포드블랑(Podblanc)이라는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에는 다른 인종을 괴롭히고 조롱하는 동영상이 가득하다.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