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을 켜면 15초 내 인터넷 서핑이나 음악 재생 등이 가능한 컴퓨터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부팅 속도를 대폭 개선한 기술 개발에 나선 가운데, HP와 델 등도 전원을 켜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미국 시각) 뉴욕타임즈(NYT)는 HP와 MS, 델, 리눅스 등 주요 컴퓨터 업체들이 15초 이내에 인터넷 서핑 등이 가능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컴퓨터 사용자들은 전원 버튼을 누른 뒤 3~4분 간 지루하게 기다려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같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기존의 컴퓨터는 전원을 켜고 윈도 운영체제가 작동한 다음 인터넷이나 문서작성 등의 작업을 수행했다. 문제는 전원을 켜고 윈도가 뜰 때까지 시간이 수 분이나 걸린다는 것. 컴퓨터 업계는 이같은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운영체제가 뜨기 이전이라도 인터넷이나 음악 재생 등이 가능한 '인스턴트 온(instant on)' 또는 '퀵 부팅(quick booting)'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NYT는 전원을 켜면 언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확산되면서 컴퓨터의 지루한 부팅 시간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면서 그 반작용으로 부팅 시간을 줄이려는 노력이 컴퓨터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HP와 델은 30초 이내 인터넷 서핑과 이메일 등이 가능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레노버도 내년부터 퀵 부팅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MS도 PC 제조사와 협력해 윈도 비스타의 부팅 속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 7'의 부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묘안을 짜내고 있다.

MS가 최근 온라인 설문 조사를 통해 윈도 부팅 이전 인터넷 서핑이나 DVD 및 음악 재생이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핀 것도 윈도 7에 퀵 부팅 기술이 추가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윈도 7이 최고 '15초 퀵 부팅' 기술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퀵 부팅 분야의 떠오르는 샛별인 실리콘밸리의 디바이스브이엠사는 '스플래쉬탑'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PC 제조사에 공급해오고 있다. 스플래쉬탑은 윈도가 부팅되기 이전에 웹 브라우저, 메신저, 음성 통화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피닉스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하이퍼스페이스'도 퀵 부팅 프로그램이면서 스플래쉬탑과 같은 리눅스 기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NTY는 스플래쉬탑이나 하이퍼스페이스처럼 리눅스 기반의 퀵 부팅 시스템이 출시되면서 리눅스가 윈도의 경쟁자로서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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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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