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은 마치 바이러스와 같이 자체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날마다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범죄 수법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딥페이크 형태의 음성 변조, 심박스(SIM box) 악용을 통한 발신번호 조작 등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통신회사 직원을 사칭해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을 대상으로 옵션비와 분담금을 납부하라는 명목으로 1,500만 원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번 글에서는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과 피해 예방법을 자세히 알아본다.
4월 2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에 따르면, 작년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1,451억 원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기 활동 위축 등으로 피해 금액은 2019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돈을 되찾은 환급률은 26.1%에 불과해 전체 피해 금액 중 379억 원만 피해자에게 환급됐다.
보이스피싱이 적발돼도 환급률이 낮은 이유는 피해액이 단기간에 다수의 계좌를 거쳐 이전되는 과정에서 신속한 지급 정지가 어려워 환급에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의 전체 피해자 수는 12,816명으로 전년 대비 3.0% 감소했다.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가족 및 지인,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는 ‘사칭형’ 보이스피싱이 78.6%로 과반수 이상을 기록했으며, 대출 빙자형은 21.4%를 차지했다. 또한, 메신저, SNS 등 비대면 채널의 증가로 메신저 피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메신저 피싱은 코로나19 이후 메신저를 활용한 비대면 소통이 증가하면서,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후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이다.
연령별 피해액은 대체로 연령대와 비례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60대 이상이 전체 피해 금액의 46.7%인 673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전체 피해 금액의 33.1%에 달하는 477억 원을 기록한 50대가 그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다른 연령대에서는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20대 청년층의 경우 52억 원이었던 전년대비 40억 원 증가한 92억 원을 기록했다. 사회활동 경험이 많지 않거나, 금융사기 예방 지식이 현저히 부족한 연령대일수록 보이스피싱 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는 은행 계좌를 통한 피해 금액이 1,111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나, 비중은 금융권 전체의 76.6%로, 64.2%였던 전년 대비 12.4%나 증가했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의 피해 금액이 2021년 129억원에서 지난해 304억원으로 불어났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피해가 급증한 것은 비대면 금융거래의 편의성으로 인해 인터넷 전문은행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많이 사용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증권사를 중심으로 피해 금액이 급감했다.
정부의 보이스피싱 대책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상시 감시 및 정보 공유 체계 구축, 금융권의 자체적인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한 시스템 미비점 개선 등의 노력을 유도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국제전화로 인한 사칭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국제전화 음성안내’가 도입된다. 범죄자가 국제전화로 지인의 번호를 사칭한 전화를 발신할 경우, 통화 연결 시 음성으로 국제전화임을 안내하는 것이다. 또한, 보이스피싱의 첫번째 단계인 미끼 문자를 쉽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는 ‘간편문자 신고채널’도 구축해 올 상반기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보이스피싱 대응 통신·금융분야 대책’에 따라 통신 서비스가 보이스피싱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더 강화된 방지 대책을 추진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해외 콜센터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심박스를 사용해 발신된 국제전화번호를 이동전화 번호로 바꾸는 수법을 사용한다. 심박스는 여러 개의 휴대폰 유심 칩을 장착하고, 해외 전화가 마치 국내에서 걸려온 것처럼 발신 정보를 표시하도록 하는 장치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작년 12월 11일부터 번호변작 중계기 등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단말기를 네트워크 기반으로 즉시 차단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림 1] 국제전화 번호 변작에 이용되는 중계기 차단 체계(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과기정통부는 최근 등장한 가족 사칭 신종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전화번호의 일부분만 일치해도 저장된 이름이 표기되는 문제도 개선했다.
이 서비스는 주요 단말기 제조사와 협력한 조치로, 연락처와 동일한 번호로 국제전화가 오는 경우에만 저장된 이름이 보이며 ‘국제전화’라는 표기도 함께 나타난다.
범죄 조직은 서민대출 및 해외결제, 정부지원금 등을 사칭한 미끼 문자를 불특정 다수에 대량 살포한다. 미끼 문자를 수신한 사용자가 메시지 본문에 포함된 전화번호로 연락하거나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해 개인정보를 추출하고, 이를 범행에 활용한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피해 확산을 방지하려면 사전에 미끼 문자를 신고 및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단말기 자체에 스팸신고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찾기 어렵고, 별도의 신고 사이트에 접속해 정보를 기입하는 방식도 신고 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과기정통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이스피싱 의심 문자를 수신하는 즉시 사용자가 단말기에서 쉽고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간편문자 신고채널을 구축했다. 신고체계 개선은 국내 단말기 제조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 협의를 완료해 올 상반기부터 실시한다. 아울러, 주요 해외 제조사에도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림 2] 간편문자 신고체계(출처=과기정통부)
보이스피싱 예방 요령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지킴이 사이트를 통해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 공개된 보이스피싱 예방 요령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금융거래정보 요구는 일절 응대하지 않는다.
전화로 개인정보 유출, 범죄사건 연루 등을 이유로 계좌번호, 카드번호, 인터넷뱅킹 정보를 요청하거나, 인터넷 사이트에 해당 정보의 입력을 요구하는 경우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특히 텔레뱅킹의 경우 인터넷뱅킹과 달리 공인인증서 재발급 등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사기 피해에 더 취약하다.
- 현금지급기로 유인하면 100% 보이스피싱이다.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을 이용해 세금, 보험료 등을 환급해 준다거나, 계좌안전조치를 취해주겠다며 현급지급기로 유인하는 경우 거의 100%의 확률로 보이스피싱이다.
- 자녀 납치형 보이스피싱에 사전 대비한다.
자녀 납치형 보이스피싱에 대비하려면 평소 자녀의 친구나 선생님, 친인척 등의 연락처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 개인·금융거래정보를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경우에도 내용의 진위를 확인한다.
최근 개인·금융거래정보를 미리 알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화, 문자 메시지, 인터넷 메신저 내용의 진위를 반드시 확인한다.
- 피해를 당한 경우 신속히 지급 정지를 요청한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경우 경찰청 112콜센터 또는 금융회사 콜센터를 통해 신속히 사기당한 계좌에 대해 지급 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 유출된 금융거래정보는 즉시 폐기한다.
유출된 금융거래정보는 즉시 해지하거나 폐기한다
- 예금 통장 및 체크카드 양도를 금지한다.
통장이나 체크카드 양도 시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어떤 경우에도 타인에게 양도해서는 안 되며이를 어길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년 이하의 징역 또는 천만 원 이하의 벌금 등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 발신번호는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텔레뱅킹 사전지정번호제에 가입됐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교환기를 통해 발신번호 조작이 가능하다사이버 범죄자가 사전지정번호제에 가입한 본인 외에는 그 누구도 텔레뱅킹을 이용할 수 없으니 안심하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 문자로 수신된 홈페이지 주소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한다.
피싱 사이트는 정상적인 주소가 아니기 때문에 문자 메시지이메일 등으로 수신된 금융 및 공공기관 홈페이지 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정확한 주소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 전자금융사기 예방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타인에 의한 공인인증서 무단 재발급 등을 막기 위해 각 은행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전자금융사기 예방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출처 - https://www.ahnlab.com/kr/site/securityinfo/secunews/secuNewsView.do?seq=33449